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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혼을 결정한 부부의 심리

  • 작성자 사진: djss999
    djss999
  • 2019년 1월 16일
  • 3분 분량

부부가 이혼을 고려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혼에 이르기까지 가족체계와 가족과 사회와의 관계는 질적으로 변화를 거치게 되므로, 이혼결정 과정은 이혼당사자의 특성, 가족특성, 그리고 사회관계를 통합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부가 분리되기 시작하는 과정은 부부 중 한 사람에게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한 쪽 배우자가 자기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서 분리과정을 사회적, 법적, 종교적으로 합리화 시킬 때, 그 가족은 와해되기 시작한다. 

이혼결정은 이혼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환점이 된다. 한때는 양가감정과 재화합의 가능성 및 자신과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거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남게 된 배우자는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굳어지고, 떠나는 배우자는 안도감을 갖기도 한다. 이혼을 적극적으로 결정하는 부부들의 심리적 특징 중의 하나는 피해의식과 불신이며, 서로가 상대방에 의해 상처받고 희생당했다고 느낀다. 배우자의 소재에 대해 관심도 없고 어디서 무얼 하는지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부부 중 한 사람이 아직 배우자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러한 부부 관계의 파탄을 인정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이 있다. 결혼생활 중 자녀가 있고 이혼을 당하는 일방이 경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부부 관계 파탄이 갑작스럽게 온 경우,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럴 때 자살을 시도하거나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혼을 요구하는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적인 어려움은 이혼 또는 별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또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고, 그것에 따른 장점과 단점을 검토한 후, 배우자와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관계회복이 되지 않으면 이혼 결정은 분명해지면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새로운 미래의 비전을 보고자 한다. 그리고 부부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배우자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도 점점 줄어들기도 한다. 삶의 평정을 되찾으며 새로운 삶의 개념과 자기 신뢰감을 만들어 나간다. 개인의 소망을 인식하고 취미생활을 찾기도 한다. 더 나아가 계속 혼자 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배우자를 만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욕구불만은 타인이나 이성에게 기대고 싶은 욕구로 발전하여, 배우자외의 이성과의 관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유혹이 생겨나기도 한다. 사랑의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 이성의 친구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위험하다. 

정서적으로 완전히 거리감을 갖게 되면서 부부사이의 문제에 원가족이나 친구 등을 연루시키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혼 후 재산 분할 및 위자료 문제 등을 포함한 법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한다. 배우자에게 자신의 이혼결정을 말할 때, 서로가 이혼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부부의 정서적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합의가 이루어 지지 않은 경우는 재판상 이혼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정서적 이혼관계에서 갑작스런 이혼통고를 받고 배신감과 상처를 받은 배우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은 분노로 바뀐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희생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자녀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대부분 그 분노를 해결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신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면서 배우자를 비방하는데 열중한다.  

이러한 심리적 위기 상태에 있는 부부들 중에는 자신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배우자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법률전문가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변호사를 동원해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변호사는 두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부부 갈등의 문제를 돕는 것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변호사는 내담자의 권리확보에 따른 절차적 상담에 이어 법익을 강조한다. 변호사는 싸움에서 이기게 할 수는 있지만 부부의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처럼 이혼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찾아갈 때는 화해가 아닌 이혼을 주선하는 전문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우자의 변호사도 이와 동일한 책임을 갖고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이다. 결국, 양쪽 당사자가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의 이혼 과정은 극도의 적대적인 치열한 싸움이 되고 만다. 즉, 양쪽 당사자에게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의 경우에는 부부관계의 회복이라는 최소한의 희망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법적인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은 결혼을 지키는 싸움에서는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자와 함께 나눈 지난날의 좋은 기억을 왜곡하기도 한다. 

한국의 재판상 이혼은 상대방의 나쁜 점을 보다 많이 부각시켜야만 승소판결을 받고 조정절차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소한 잘못까지도 들추어내고 자신의 잘못은 합리화 시켜야 된다. 재판상 이혼과정에서 결혼생활 동안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지난 이야기들이 배우자를 통해 낱낱이 공개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과장하거나 혹은 완전히 거짓으로 꾸며 공격을 하는 경우에 받는 상처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혼 당사자들이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서로 협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질 수 없고, 오직 상대방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에 사로잡혀 무력해 지기도 한다. 이처럼 결혼생활 중 배우자로부터 당한 상처보다, 재판상 이혼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주고받는 부부들을 볼 때에 이혼 전 상담의 필요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 로저스심리상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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